호구가 겪은 외주 개발사 이야기 -마무리-
2020/07/01 - [스스로 기획자/창업의 기억] - 호구가 겪은 외주 개발사 이야기 -1화-
2020/07/02 - [스스로 기획자/창업의 기억] - 호구가 겪은 외주 개발사 이야기 -2화-
청년 창업을 국가로부터 지원받게 되면 많은 제약사항이 생긴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창업을 진흥하기 위해 많은 정책과 지원사업들이 활발했다. 청년창업 국가지원금을 받은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2008년 영상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 4학년 시절 지방에는 영상에 대한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 시장을 본 후배와 창업을 진행했다.
스마트벤처창업학교라는 청년창업 국가지원은 공간, 재무, 법률, 홍보 등을 지원받았고 가장 큰 매력은 아무래도 지원금에 있었다.
당시 현물 30%를 제시하고 나머지 70%는 국가보조금형태로 지원을 했고 현물 30%는 다양한 방법으로 증빙이 가능했다. 여기서 이야기할 부분은 바로 국가 보조금 70%로 지원받은 금액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스마트벤처창업학교는 서울과 대구 2곳에서 사업을 시행하였고 서울은 모 기업이 그 주관을 맡아 진행했고 대구의 경우 경북대학교에서 사업을 주관하였다. 지원공고가 뜨고 우리는 이제 다된다는 생각을 했고 지원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기분은 이미 지원받고 아이템은 성공한듯 기뻤다.
이전 회차에서도 설명했듯 우리의 아이템은 비슷한 것은 있지만 세상어디에도 없는 플랫폼이었고 이 아이템은 우리만 알고 꽁꽁숨기기 급급했다. 이런 아이템으로 지원을 하게 되면 3차에 거친 발표과 컨설팅을 통해 최종 지원대상 기업으로 선정이 된다.
지원을 결심하고 우리는 주관사의 서식에 맞추어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나름 어렵진 않았다. 당시 지원에 대한 조건은 법인설립이 필수였고 설립한 법인은 지원이후 2년간 법인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지원이 가능했다.
우리는 법인을 이미 설립했고 따라서 증빙은 대구지방법원등기소에서 발급받은 법인인감증명서 외 몇가지 서류로 증빙서류는 준비되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업아이템에 대한 발표자료나 제대로 된 사업기획서가 없었다. 이 기회에 제대로 작성해 보고자 열심히 작성 했던 것 같다.
1차 발표의 날이 다가왔다. 약간 특이한 방식으로 대상자를 뽑았는데, 1차 발표는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발표를 했고 이중에 총 지원대상 팀의 과반을 먼저 선택하고 총 3차에 걸쳐 나머지 지원자들을 선발하는 방법이었다. 1차 ~ 3차에 걸치는 발표 사이 사업기획서를 기반으로 작성된 기획서와 발표방식에 대한 교육을 해주었다.
지역의 전문가라는 분들 중 지원 팀은 원하는 멘토를 선택하여 멘토링을 받게 된다.
물론 지역이나 전국에서 어려운 창업과정을 딛고 성공한 멘토도 있었지만 기관의 관리직급이나 교수 또는 자문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도의 컨설팅 레벨이었던 것 같다. 이 부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포인트는 바로 멘토링을 하는 과정과 피드백에 있었다.
뭔가 체계적으로 멘토링이 이루어진다기 보다는 수행과 증빙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피드백 또한 멘토의 주관적인 의견이 공식적인 발표자리에서 잘 맞아들어갈지는 사실 스타트업 대표의 역량에 의지하는 편이었다. 다시말해 멘토는 이렇게 보는데 실제 발표때 이게 다른분들은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사업에 합격하게 되었고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스마트벤처창업학교 이전에 법인의 주소는 대표인 친구집으로 주소가 되어있었다. 함께 일하던 친구들을 포함하여 총 5명은 늘 대구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죽치고 일을 했었다. 너무 열악했다.
푼돈을 모아 단기적인 플랜을 세우고 지금 대구역 앞에 아주아주 작은 사무실하나를 계약했다. 벽은 합판으로 되어있었고 우리 사무실 양옆은 백화점의 물류창고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부푼 꿈을 안고 일을 했다.
지원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는 것 같았다. 매월 증빙해야하는 지출결의와 증빙자료를 두고 스마트벤처창업학교와 많이도 싸웠다. 지원금은 각 비목에 따라 상한선이 있었고 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있었으며, 받은 지원금을 회계처리하는 과정 또한 배우지 못한 우리에게는 너무 힘들었다.
왜 회계사무실에 맡기거나 대행하지 않았느냐... 돈이 없었다. 수수료만해도 몇십만원이었는데, 우리는 정말 이돈조차 없었다. 그래서 우리은행에서 제공해주는 CMS를 사용했고 법인통장들의 입출금을 남겼다.
법인통장 관리는 그리 쉽지 않았다. 받은 지원금의 비목과 각종 세금들 그리고 지원금이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비과세인 부분도 있었다. 비단 이런 자금관리 뿐만 아니라 총 5명이 있었지만 4대 보험은 3명만 들어갔다. 주주단 명단에는 우리 5명 이름이 다 있지만 실제 일을 하는 사람으로 등록된 인원은 3명에 불과했다. 물론 4대보험도 두루누리사업의 지원을 받아 50%할인을 받았지만 그 돈조차 힘들었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각자의 4대보험 가입 내역은 정말 볼품없이 망가져 버렸다.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나의 발목을 잡고 있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렇게 사업을 진행하던 중 좋은 기회로 CES 2013에 참가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된다. 마냥 좋을것 같았고 투자도 받는 줄 알았다. 하지만 출발전 팜플렛 디자인과 유인물 디자인을 세세하게 디자인해서 전달해야했고 다른 업무와 겹쳐 진통이 계속 되었다.
참석인원은 대표 혼자 참석을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템이 그래도 글로벌 시장에서는 Needs가 있다는 사실에 정말 기뻤다. 그리고 돌아온 대표는 2건의 MOU를 가지고 돌아왔다. 북미권 스타트업으로 여러 플랫폼들과 제휴를 통해 그들의 서비스를 국내에 론칭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찾는 곳이었다.
몇번의 화상회의를 통해 서로의 온도차를 확인하고 귀하게 연결된 MOU도 시들해졌다. 그리고 우리 프로젝트도 시들해졌다.
결단이 필요했다. 계속 할것이냐... 접을 것이냐... 정말 이때를 떠올리면 동생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할말이 없다. 물론 함께 할지 말지에 대한 부분은 성인이었던 동생들의 몫이겠지만 함께 의기투합을 도모하고 주도적으로 진행한 것은 대표인 친구와 내가 진행했기에 상황이 안좋아진 것에 대한 책임은 우리 둘에게 있었다.
장고 끝에 접을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동생들을 각자의 길로 보내고 대표와 나는 어떻게든 남은 자금을 늘려보고자 쇼핑몰을 하게 되었다.
사실 넋두리같은 이런 이야기가 기획과 무슨 상관이냐...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일이 진행된 가장 큰 원인은 시작인 기획부터 잘못 된 서비스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일로 인해 어떻게든 5명의 30대가 힘든시간을 보냈고 다른 사람과 적이 되고... 개인의 레퍼런스가 단절되는 등 많은 부분을 잃게 된다. 창업을 하기위해서 그리고 대박이 아닌 유지를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정리해 봤다.
1. 마켓(Market)이 명확하게 보이는 아이템
2. 세상에 없는 서비스가 아닌 생태계에 진입할 수 있는 서비스
3. 100개의 아이디어가 아닌 1개의 비즈니스 모델
4. 다양한 기능을 가진 포털서비스가 아닌 단순한 기능을 가진 타깃 서비스
5. 명확한 기획과 단순한 설명이 가능한 기획서
6. 현실성 있는 구성원 조합과 자금 계획
7. Flaxable한 연동 또는 기능 보다는 단순하고 Clear한 플랫폼
8. 정직한 서비스와 명분 있는 운영 기획
9. 임원진들의 사업적인 기질과 끈기있는 경영 세계관(시장을 바라보는 눈)
10. 타이밍과 운
맞다고 볼수 있는 점도 있을 것이고 아니라고 볼 수 있는 점도 있다. 하지만 현실을 거쳐온 나는 위의 10가지 요소가 그나마 창업 이후 회사를 궤도에 유지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10가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10번은 1 ~ 9번이 만들어 줄 것으로 생각되지만 타이밍과 운이 없다면 주커버그 할아버지가 해도 안되는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어디선가 기획자를 두고 선수라고 부른다고 한다. 또 한편에서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만 있으면 된다라고도 이야기 한다. 존버와 먹튀사이에서 조직을 간소화하고 최소화된 규모로 서비스를 빠르고 보기좋게 론칭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스타트업은 돈을 벌기위한 목적도 있지만 창업멤버의 비즈니스 철학과 추구하는 모델을 바라보며 완성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기획 또는 기획자라 불리우며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성없거나 또는 반대로 너무 현실적인 면을 바라보기 보다는 각자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서 직업으로써의 기획보다는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인 기획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